01 치열한 눈짓, 현란한 손짓 ''15초 기싸움'' 관리자 2011-08-02 오후 3:22:28 2626 치열한 눈짓·현란한 손짓 ‘15초 기싸움’  새벽 4시부터 경매할 농산물 하역·품질 검수·기준가격 산정  출하자와 물건 미리 봐두려는 중도매인 몰려 식당·매점도 활기  # 새벽 5시 30분, 경매 시작 ‘딸랑딸랑~ 딸랑딸랑~ 딸랑딸랑~.’ 새벽 5시30분 창원시 내서읍에 위치한 내서농산물공영도매시장 경매동.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경매가 시작된다. 경매동에 들어서면 가운데 저온저장고를 중심으로 왼쪽은 마산청과 경매동, 오른쪽은 창원원예농협 경매동으로 경매가 따로 이뤄진다. 내서뿐 아니라 창원팔룡도매시장과 진주농산물도매시장에서도 똑같다. 복수의 도매시장법인이 경매를 따로 진행한다. 수지식(손신호) 경매와 전자경매 등 방식은 다르지만 15~20초 사이에 한 품목 경매가 끝이 난다. “허이야~ 양만~ 양만~ 사천오백~ 오천오백.” 무슨 소린지 몰라 당황하는 사이 고구마 경매가 끝이 났다. 낙찰 받은 도매인 측 인부가 물건을 손수레에 싣고 어디론가 향한다. 경매사가 외치는 이 알 수 없는 소리는 경매의 흥을 돋우기 위한 일종의 추임새다. 때문에 경매사마다 제각각이다. 추임새가 끝나면 호가가 시작된다. 가격 흥정이다. 기준가격에서 시작해 500원 단위로 가격을 올린다. 여러 명의 중도매인이 손짓으로 가격을 표시하기 때문에 경매사는 눈도 좋아야 한다.  찰나로 느껴지는 시간이지만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사와 물건을 사려는 중도매인 간 수많은 눈짓과 손짓이 오간다. 한 푼이라도 비싸게 팔아야 하는 경매사와 싸게 사야하는 중도매인이 숙명의 대결을 벌이는 것 같다. 수지식 경매에는 보통 3명의 경매사가 참여한다. 한 사람은 어떤 물건을 경매할 것인지 품질과 수량을 알려준다. 그러면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사가 가격을 부르면서 흥정을 시작한다. 낙찰되면 나머지 한 사람이 판매원표에 낙찰자와 가격을 기록한다.  이 과정은 이날 시장에 상장된 모든 농산물이 다 팔릴 때까지 수없이 반복된다. 한 품목에서 다음 품목으로 넘어갈 때마다 ‘딸랑딸랑~’ 종이 울린다. 오전 6시30분. 과일 경매가 시작됐다. 토마토-방울토마토-복수박-참외-복숭아-자두-포도-감귤-사과-수박 순이다. 특등부터 1등, 2등 등 등급 순으로 경매가 진행된다.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취급하는 농산물은 거의 200여 종에 달한다. 일요일을 빼고는 매일 경매가 열리고, 공휴일이라고는 명절 연휴가 전부. 농산물 대부분 신선도가 생명이라 그때그때 유통돼야 하기 때문이다. # 새벽 4시부터 열기는 후끈 한 품목 경매에 1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다. 미리 경매에 내놓을 농산물을 일목요연하게 하역하고, 상품의 양과 질을 평가하고 가격을 산정해놓기 때문이다. 오늘 경매에 내놓을 농산물은 전날 오후부터 반입된다. 출하자(농민 또는 농민단체)가 농산물을 가져오면 하역반이 이를 정해진 곳에 내리는 작업을 한다. 하역이 끝나면 경매사들이 송장과 비교하고 품질 등을 검수한 후 시세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 기준가격을 정한다.  새벽 4시가 되면 경매에 참가할 중도매인들이 모여든다. 경매에 나설 채소와 과일을 살펴봐야 한다. 매일 경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오늘 필요한 양이 얼마인지, 내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 꼭 사야 할 품목은 어떤 것인지를 점검하고 생각해둬야 한다. 시쳇말로 ‘찜’하는 시간이다. 새벽 4시부터 몰려드는 중도매인과 물건을 내놓은 출하자 등을 위해 식당과 매점도 분주해진다. 마산청과 소속 안차희(33) 경매사는 “출하자인 농민과 중도매인은 물론이고 시장 과일상과 트럭장수 등 소매인까지, 새벽 4시가 되면 도매시장이 북적거린다”며 “하지만 폭리를 취하는 대형마트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갈수록 도매시장도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도매시장 폭리는 오해 생산자 → 도매시장 법인→ 중도매인 → 소매상 → 소비자.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유통 단계를 요약하면 이렇다. 도매시장은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설된 ‘공영’시장이다. 법에 따라 도매시장 법인은 경매를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대가로 거래가격의 최고 7%를 수익으로 얻는다. 중도매인이 소매상 등에게 판매할 때에도 최고 4%로 수수료율이 정해져 있다. 다시 말해 판매된 농산물 전체 가격의 최고 11% 정도만 도매시장에서 수수료로 징수한다. 법으로 수수료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 비싸게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경매사는 도매시장 법인에 소속돼 있다. 수수료 비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비싸면 비쌀수록 유리해진다. 생산자인 농민을 대변하는 셈이다. 반면 중도매인은 싸게 살수록 유리하다. 이는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한다. 즉 도매시장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대변하는 이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것이다. 창원원예농협 이호섭 공판사업소장은 “농산물은 철저하게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며 “도매시장 경매가격이 곧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의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차상호기자 cha83@knnews.co.kr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