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배추대란 우려’ 언론보도 ‘쓸데없는 우려’ 관리자 2011-07-26 오후 2:25:54 2108 ‘배추대란 우려’ 언론보도 ‘쓸데없는 우려’     현장 / 장마 지나간 강원 고랭지배추 주산지 　찜통 더위가 맹위를 부린 19일.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강원 평창·정선·삼척·태백 등지에는 지리했던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제6호 태풍 ‘망온’의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면서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태백산·두타산 등 백두대간 줄기에서 뻗어나온 이름 모를 산 언저리의 비탈진 밭에는 온통 배추가 자라고 있었다. 갓 정식을 마친 연두색 어린 배추부터 수확기가 다가온 듯 속이꽉 찬 진녹색 배추에 이르기까지…. 비바람이 칠 때마다 배추밭에서는 싱싱한 녹색의 물결이 춤을 췄다. 긴 장마의 영향으로 고랭지배추 작황이 저조해 지난해와 같은 ‘배추대란’이 우려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이들 지역의 농업인과 산지유통인들은 유독 비를 많이 뿌린 올 장마가 배추 작황에 영향을 주긴 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수확기를 맞은 배추는 저지대 평지에서 재배한 것이 대부분인데, 이들 밭에서 일부 배수 불량으로 무름 현상이 나타나 수율이 떨어졌을 뿐이라는 얘기다. 반면 고지대 경사지에서 자라는 배추는 일부 생육이 저조한 것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병해충도 적고 잘 자라 장마 영향은 미미했다고 현지 농업인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날 정선군 임계면 평지의 배추밭에서는 잡풀이 무성한 가운데 수확을 포기한 배추가 더러 보였다. 하지만 경사진 곳에 심은 배추는 장맛비 피해를 덜 받아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고용길 정선 임계농협 지도과장은 “평지에서 재배된 배추 가운데 현재 수확기에 접한 배추는 50% 정도만 수확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경사지에 심은 배추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8월10일 이후에 본격적으로 고랭지배추 출하가 시작되는 태백지역은 이보다 상황이 훨씬 좋은 편이다. 대부분의 밭이 가파른 경사지에 놓인 데다 정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배추가 많아 장맛비에 따른 짓무름 피해(결구 형성기에 가장 큼)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화열 태백농협 유통팀장은 “7월에 수확하는 고랭지배추는 장마 피해를 입었지만 이보다 고지대에 재배되는 배추는 배수에 큰 문제가 없어 현재까지 작황은 좋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삼척시 하장면과 평창지역 일대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특히 하장지역에선 장마기간인 지난 6월부터 7월10일까지 모두 1,000㏊ 규모에 배추를 정식했는데, 고지대 배추밭은 비 피해를 적게 받았다. 농가 전제동씨(40·삼척시 하장면 숙암리)는 “농협과 계약재배를 통해 비탈밭 1만6,500㎡(5,000평)에 배추를 정식한 후 장마를 겪었지만 결구가 잘됐고 병해충도 없어 계획대로 8월 중순께 출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지 농업인과 산지유통인들은 장맛비 피해가 적더라도 고랭지배추 작황은 앞으로 찾아올 수 있는 폭염과 태풍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랭지배추는 한여름에도 낮기온이 28ppm 안팎, 밤에도 20~22ppm를 유지해야 하는데,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고랭지배추 주산지에도 밤 기온이 25ppm를 넘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배추 등 고랭지채소를 9만9,000㎡(3만평)이나 재배한다는 권용섭씨(55·삼척시 하장면 둔전리)는 “고랭지배추는 열대야 현상이 5일 이상 지속되면 짓물러 상품성을 잃어버리는데, 최근 몇년 동안 열대야가 나타나는 날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태풍에 의한 폭우도 고랭지배추 농가들엔 경계 대상이다. 장마와 달리 집중호우가 쏟아지게 되면 비탈지 토사가 쓸려 내려가면서 배추밭도 함께 유실될 수밖에 없다. 　박정현 농협중앙회 채소사업소장은 “현재 출하가 마무리 단계인 곳은 상황이 안 좋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수확을 앞두거나 시작되는 곳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편이어서 폭염과 태풍 피해만 없다면 올해 전체적인 배추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두우 삼척농협 하장지소장은 “올 장마가 유달리 길고 비를 많이 뿌려 고랭지배추 일부 물량에서 작황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는데도 일부 언론에서는 또 ‘배추대란’이 온다는 식의 보도를 하는 게 큰 문제”라며 “농업인들은 장마·폭염·태풍보다도 잘못된 보도로 엉뚱하게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몰리는 현실을 더 두려워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삼척=김광동, 정선·태백=류호천, 평창=이상희 기자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