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쌀시장 내년 ‘조기 관세화’…논에 벼 재배 안해도 직불금 관리부 2011-05-25 오전 11:16:22 2100 쌀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 　농림수산식품부가 ‘쌀산업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처음 구상한 것은 지난해 8월 말이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취임 이튿날인 8월31일 “중장기적으로 우리 쌀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말까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08~2009년 연속 대풍으로 쌀 재고가 적정량의 두배에 이름에 따라 감산정책을 통해 수급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장관 직속의 태스크포스(TF)는 연말쯤 종합계획을 수립했지만, 구제역 사태로 발표가 계속해서 미뤄졌다. 19일 농식품부가 ‘쌀 가공산업 활성화 워크숍’에 ‘종합계획’을 내놓음에 따라 9개월 만에 구체적 윤곽이 드러났다. 　 　◆벼 재배면적 축소=농식품부는 현행 쌀 생산기반을 그대로 놔두면 수입쌀을 포함한 공급량이 가공용을 제외한 수요량에 견줘 △2011년 74만3,000t △2012년 76만t △2013년 77만5,000t △2014년 79만1,000t △2015년 78만7,000t 과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생산조정제, 쌀 조기 관세화, 직불제 개편, 가공산업 육성, 수출 확대 등을 통해 2015년에는 공급을 30만t 줄이고 수요를 50만t 늘려 수급 안정을 도모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부터 3년간 4만㏊의 논에 콩이나 조사료 재배를 유도하고, 농가엔 소득보전 차원에서 1㏊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논농업 다양화 사업(생산조정제)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쌀 20만t을 덜 생산하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구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타작목 재배목표 4만㏊를 모두 채웠다”고 말했다. 　또 2014년부터는 생산조정제를 가공용·사료용 단지 위주로 끌고 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가공용 쌀 재배 농가와 수요자(가공업체)를 연결하는 계약재배 시범사업을 추진중이다. 가공용 품종은 <설갱> <고아미>와 초다수성 품종(다산·안다·드래찬·보람찬 등)으로 한정되며, 농가엔 1㏊당 220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 450농가 697㏊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을 통해 논을 사들인 뒤 벼 대신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농지매입비축사업도 2015년까지 5,500㏊를 목표로 추진중이다. 이를 통해 농식품부는 2만8,000t의 감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쌀 조기 관세화 추진=농식품부는 올해 관세화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한 뒤 2012년부터 쌀시장을 관세화로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쌀 조기 관세화의 장점으로 크게 두가지를 꼽았다. 　2015년으로 예정된 관세화 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기면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의 의무수입쌀이 매년 34만8,000t으로 고정되며, 이로 인해 2015년 이후 연간 6만1,000t의 수입쌀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매년 수입쌀 관리비용 397억원이 절감되며, 재고 감소에 따른 농가소득 향상 효과도 1,050억원이나 된다고 농식품부는 추산했다. 　또 다른 장점은 쌀 수출 및 해외원조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관세화 유예 기간 중에는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문의 ‘생산제한 조치 및 수출보조금 지급 금지 조항’에 따라 쌀 수출과 해외지원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관세화 이후에는 이런 제약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정부 계획대로 내년부터 쌀시장을 관세화로 전환하려면 WTO 사무국에 관세율 등 관련 내용을 관세화 전환시점 3개월 전까지 통보해야 한다. 이를 역산하면 9월 말까지 우리나라의 입장을 정해 WTO에 알려 줘야 하는데, 이때까지 ‘농업계 의견수렴→정부 전달→정부 입장 정리(대외경제장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WTO 통보’와 같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현재 정부 내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 전까지 관세화 논의를 미루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통체계 개선=농식품부는 쌀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형 유통회사를 설립해 시장교섭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통회사의 형태로는 △쌀 전문조합 연합회 자회사 △농협중앙회 및 지역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공동출자 △농협중앙회 단독 설립 △RPC 연합(수평적 계열화) 등이 제시됐다. 수평적 계열화란 2개 이상의 RPC가 단일 의사결정기구나 규정을 제정해 통일된 브랜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는 유통회사 설립을 촉진하기 위해 RPC 대형화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RPC를 규모별로 유형화한 뒤 벼 매입자금을 차등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12개월인 벼 매입자금 지원기간을 원료곡 매입량에 따라 10~12개월로 차등화해 RPC의 대형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또 연간 처리물량이 3만t 이상인 RPC를 현재 6개소에서 2015년 20개로 확대, 소비지 대형 마트와 대등한 시장교섭력을 갖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계획에 대해 농식품부는 “관련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RPC 업계는 “벼 매입자금 지원기간이 줄어들면 상당수 RPC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는 쌀 포장지에 내용물의 등급 및 단백질 함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쌀 등급표시제’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실시, 우리 쌀의 품질 고급화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특·상·보통의 등급을 올해 생산된 쌀부터 1~5등급으로 세분하고, 2012년산부터는 밥맛에 영향을 주는 단백질 함량 표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정부양곡 도정공장의 경쟁체제를 강화, 도정공장 선택 범위를 현재 동일 시·도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쌀 직불제 개편=정부는 현행 쌀 직불제, 그 가운데서도 변동직불금이 공급과잉구조를 야기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쌀값 하락분의 대부분을 직불금으로 메워 주다 보니 고령농이나 영세농이 벼농사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동직불금은 꼭 논에 벼를 재배해야 수급자격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학계와 농민단체에선 △논에 벼 외의 다른 작목을 재배하더라도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안 △고정직불금 비중을 늘리고 변동직불금을 줄이는 방안 △변동직불금을 고정직불금으로 흡수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농식품부는 직불금이 쌀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첫번째 방안을 택했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변동직불금 수급자격을 완화하면 대체작목 재배가 늘어나면서 10년 후에는 벼 재배면적이 3만7,000㏊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체작목 농가와 아무런 보조금을 받지 않는 기존 밭작물 농가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한편, 농식품부는 쌀 직불제가 농가소득안정제로 개편될 때까지 80㎏ 한가마당 17만83원인 현행 목표가격을 고정키로 했다. 17만83원은 2005년 현재의 쌀 직불제가 도입될 당시 설정된 가격으로, 국회는 지난 2008년 직불제 취지가 농가소득 안정에 있다며 이를 2012년까지 동결시켰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ㅡ출처 : 농민신문                             2011/05/23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