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너무 서두른 조치”…술렁이는 산지 관리부 2011-03-16 오전 6:41:19 2183 정부, 비축 쌀 조기방출 결정 　정부의 비축 쌀 방출 결정은 시기적으로 예년보다 3개월가량 당겨진 것으로, 최근 범정부적으로 진행되는 ‘물가 잡기’ 대책의 하나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가 비축 쌀의 추가 방출 기준까지 예고한 것은 쌀값 급등세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다른 식료품에 비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쌀값마저 오를 경우 서민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란 물가당국의 우려가 ‘공매를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양정당국의 주장을 눌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산지 쌀값이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게 형성된 상황에서 정부가 서둘러 비축 쌀 방출을 결정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방출 결정 배경은=2009년 3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산지 쌀값은 2010년산 쌀 생산량이 발표된 지난해 11월 반등하더니 올 2월부터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0㎏ 한가마당 산지 쌀값은 이달 5일 현재 14만6,96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수확기(10~12월)에 비해서는 6.9% 올랐다. 　이런 오름세는 산지에 원료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농림수산식품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쌀 생산량이 429만5,000t으로 전년의 491만6,000t에 견줘 62만1,000t이 준데다 도정수율(벼를 빻아 쌀이 되는 비율)이 평년의 72%보다 3%포인트 낮은 69%로 추정되는 등 전체적으로 24만5,000t의 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쌀값 상승을 기대한 비RPC농협(도정시설이 없으면서 수확기에 벼를 사들인 농협) 및 대농들이 원료곡 판매를 늦추면서 산지 벼값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농식품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번 정부 비축 쌀 방출 결정이 ‘원료곡을 빨리 풀라’는 압박용 성격도 있는 셈이다. 　막대한 정부재고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번 결정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쌀 10만t을 보관·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320억원에 달한다. 재고를 계속해서 끌고 가기보다는 조금씩이라도 털고 가는 게 정부로서는 훨씬 유리한 것. 정부재고는 올해 양곡연도 말(10월 말)을 기준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권장치인 두달치 소비량 72만t에 비해 81만t, 곡물가 급등을 대비해 정부가 새로 설정한 비축목표 100만t에 견줘 53만t이나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방출 방법은=정부 비축 쌀 가운데 가장 먼저 시중에 풀리는 쌀은 지난해 산물벼 형태로 매입한 공공비축용 쌀 5만t과 백수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정부가 사들인 1만1,000t 등 모두 6만1,000t이다. 이 산물벼는 현재 매입을 대행한 미곡종합처리장(RPC) 창고에 보관돼 있으며, 해당 RPC가 우선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방출 가격은 수확기 가격보다는 높지만 현재 가격보다는 낮게 결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보관 RPC가 전량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향후 쌀값이 최근 5년 분기별 평균 가격보다 3% 이상 상승하면 비축 쌀을 공매해 쌀값 안정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즉, 1·4분기 쌀값이 15만1,000원, 2·4분기 15만4,000원, 3·4분기 15만8,000원 이상 오르면 비축 쌀을 방출하겠다는 것이다. 공매는 지난해 수확기 농협을 통한 격리곡 8만6,000t을 우선으로 하고, 부족하면 2009년산 격리곡 56만6,000t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10월 말 기준 정부의 쌀 재고는 153만t으로 비상시를 대비한 비축목표 물량인 100만t을 제외하고도 53만t의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은=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원료곡이 바닥난 양곡유통업체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수확기 민간RPC는 61만3,000t을 사들일 계획이었지만 실제 매입량은 목표량의 63.5%인 38만9,000t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원료곡이 풍부한 산지 농협은 공매가 다소 이르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선 모처럼 오름세를 보이는 쌀값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비RPC농협의 경우 지난해 수확기 매입량은 48만5,000t으로 전년(48만2,000t)보다 오히려 더 사들였다. 　정부 비축 쌀 조기 방출이 수확기 쌀시장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수확기 정부는 ‘추가 격리 물량은 가격 급등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밥쌀용으로 2011년에 시장에 방출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강조하면서 농협과 RPC 등 산지 양곡유통업체에 벼 매입을 독려했다. 또 공공비축용 산물벼도 방출 없이 전량 정부양곡으로 쓰겠다는 공문을 일선에 내려보냈었다. 산지 유통업체에 ‘2011년 사용할 원료곡을 2010년 수확기에 충분히 사 두라’는 메시지를 보냈던 것.  양곡업계 관계자는 “수확기가 끝난 지 채 3개월도 안돼 정부 비축 쌀을 방출한다는 것은 정부 말만 믿고 수확기에 벼를 많이 사들인 업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올 수확기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업체가 과연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산지 쌀값이 다소 올랐다지만 최근 5개년 평균보다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며 “최근 2년간 단경기 실종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RPC들은 이번 정부 발표에 또다시 실망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ㅡ 출처 : 농민신문                      2011/03/14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