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2010 유통결산 / 농산물값 폭등… 수입 폭주… 농심 폭삭 관리부 2010-12-29 오전 11:13:22 1976 2010년은 농산물이 온 나라에 전례 없는 파장을 일으킨 한해였다. 봄철 농작물 작황이 최악을 기록한 데 이어 여름·가을채소 파동과 과일 흉작까지 꼬리를 물며 장바구니 물가를 뒤흔들었다. 생산자는 불안하고 소비자는 혼란스러웠다. 근본적인 처방 없이는 이 같은 문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농산물 파동을 계기로 물샐 틈 없는 수급관리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수급 패러다임 변화=이상기후로 인한 전반적인 작황 부진은 국내 농산물 수급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 치솟는 농산물 가격에 부담을 느낀 농정당국이 ‘수입을 통한 수급조절’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그 결과 마늘·건고추 등 노동력 부족으로 생산이 감소해 이미 공급의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던 품목의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마늘의 경우 올 재배면적이 2만2,400여㏊, 생산량은 27만1,500t으로 최근 10년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수급불안이 심화되고 값이 급등하자 정부는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증량에 이어 내년 1월부터 한시적인 관세인하(50％→10％)까지 추진하고 나섰다.  건고추도 마찬가지다. 재배면적이 2000년 7만4,400여㏊에서 올해 4만4,500여㏊로 10년새 40％나 줄어 갈수록 수입의존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또 배추대란이 일면서 종전에 거의 수입을 찾아보기 어렵던 신선배추·무 등도 올해 대량 수입의 물꼬가 터졌다.  하지만 수입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려던 정부의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마늘의 경우 정부가 수입한 물량을 저장업체를 통해 유통시키던 관례를 깨고 직접 시장에 풀었지만 마늘값은 요지부동이었고, 배추도 중국산이 시장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가격조정자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오히려 앞으로 농산물 수급은 수입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가 시장에 전해지면서 민간 수입만 크게 늘려 놓았고 생산기반이 취약한 품목의 생산력을 더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농정 기조가 소비자보호를 농가보호에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통구조 변화 예고=배추파동을 계기로 도매시장의 농산물 가격결정 구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대대적인 유통구조 혁신 작업이 시작됐다. 산지와 소비지의 직거래를 통한 중간마진 축소가 다시 한번 강조됐고 산지 조직화·규모화를 통한 유통 효율화도 시급한 과제로 제기됐다. 축소로 방향을 잡아 가던 정부의 수급안정화사업이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도매시장은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떠올랐다. 상장경매제도가 가지는 여러 장점에도 가격 불안정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면서 보완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유통구조개선안을 마련 중인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가격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하는 한편, 도매시장과 산지 수급상황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산지의 경우 농협을 통한 계약재배를 늘리는 한편, 계약재배 방식을 현재 농가가 정식한 면적 중 일부를 계약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급상황 예측에 따라 정식면적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구상이다. 기존 방식이 농산물 과잉에 대비한 것이었다면 이후에는 농산물 부족 상황에도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비지·산지 주도권 경쟁 격화=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한 유통업체간 과열경쟁은 연중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업체들은 연초부터 ‘최저가’를 내걸고 삼겹살을 이전의 3분의 1 수준인 100ｇ에 580원까지 낮춰 판매하는 가격전쟁을 시작해 수입과일 저가경쟁, 김장채소 미끼상품화, 이마트 피자, 롯데마트 치킨 등으로 극한 경쟁을 벌였다.  이와 함께 유통업체들은 대형 점포 신규 출점이 제약을 받자 기업형슈퍼마켓(SSM) 진출로 선회해 공격적으로 세 불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지역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고, 급기야 국회가 지난 11월 SSM 규제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들의 외형 확대 경쟁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런 와중에 대형 유통업체들은 산지 지배력 강화 전략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이마트가 올해 처음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마늘 등 노지채소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 농가와 직접 밭떼기 거래에 나섰고, 롯데마트는 농가와 계약을 맺고 직원들이 직접 생산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직영농장 운영을 시작했다. 이는 소비지 유통업체가 산지 생산부터 판매까지 총괄하는 수직계열화체계 구축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산지에서도 이에 대응해 조직·규모화를 서두르고 있다. 농협은 올해 첫 전국단위 품목연합 〈K(케이)멜론〉 출범과 함께 도 단위 광역연합사업 체계를 갖추고 시장교섭력 강화에 나섰다. ◆소비패턴 변화 가속화=농식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안전성이 농식품 구매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수입보다 국산을, 국산 중에서도 친환경·농산물우수관리제(GAP) 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10월 배추파동 와중에 대형 마트들이 발 빠르게 중국산 배추·양배추·대파 등을 들여와 저가로 판매했지만 불과 열흘도 안돼 소비량이 급전직하로 감소한 것은 소비성향이 안전성을 우선하는 쪽으로 기울었음을 보여 준 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산지도 이 같은 변화 추세를 따르고 있다. 농산물 안전성 확보를 목적으로 도입된 GAP 인증 농가수는 2006년 3,600농가에서 올해 5만농가(전망치)로 확대되고, GAP 농산물 생산비율도 같은 기간 0.3％에서 5％까지 올라설 전망이다. 정부는 식품안전을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중인 만큼 앞으로도 고품질 안전농산물 생산기반 확충이라는 농정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소비자의 안전농식품 선호 추세는 한층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경석·이상희 기자  ㅡ 출처 농민신문 2010/12/27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