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가락시장 쓰레기종량제로 ‘깔끔’ 관리부 2010-11-17 오전 11:29:10 2145
분리수거 · 종량제 올해부터 전격 도입…시장상인 호응 속 쓰레기 20%이상 감소


아침을 맞은 서울 가락시장 채소 경매장. 판매를 마친 중도매인들이 배추잎이며 무청 같은 채소부산물을 종량제 봉투에 담고 있다. 경매장 이곳저곳에는 농산부산물이 담긴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다. 잠시 후 석대의 쓰레기 수거차량이 순회를 시작한다. 각각의 차량은 농산부산물, 일반쓰레기, 재활용쓰레기를 분리, 수거했다. 가락시장에 쓰레기종량제가 시작된 것이다.

쓰레기종량제가 뭐 새로운 일이냐고 생각하겠지만 도매시장에서는 최근까지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농산부산물과 일반쓰레기는 물론 재활용쓰레기까지 모두 섞인 채로 경매장 바닥이나 도로 위에 버려지는 것이 ‘당연한 일’인 곳이 도매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가 악취를 풍기며 언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가락시장도 최근까지는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름이면 배추 겉잎과 부패한 수박이 산을 이루고 겨울이면 무청과 상한 감귤이 쌓여 있었다. 기온이 오르면 썩기 시작한 쓰레기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가 가락시장 담을 넘어가 주변에서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영도매시장 최초로 분리수거와 쓰레기종량제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락시장에 쓰레기종량제가 시작된 것은 10월18일. 지난 3월 종량제 실시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쓰레기 분리배출을 전격 도입한 데 이어 7개월 만에 전면적인 쓰레기종량제를 시작한 것이다. 막 버려지던 쓰레기를 일반쓰레기, 농수축산물 부산물쓰레기, 재활용쓰레기로 분리해서 배출하도록 하고 재활용쓰레기를 제외한 다른 쓰레기는 지정된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분리배출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중도매인들의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 시장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표에는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쓰레기종량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정착되고 있었다.

겉으로 달라진 점은 시장이 눈에 띄게 깨끗해 졌다는 것이다. 경매가 마무리되고 소매상들이 구매를 끝내고 돌아가는 시점인 오전 10시 안팎이면 시장 곳곳에 산처럼 쌓여 있던 쓰레기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도로 구석구석을 점유하고 썩어 가던 농산부산물도 크게 줄었다. 

시장 유통인들의 인식이 변했다는 점이 더 큰 수확이다. 도매시장에서는 어느 곳이든 쓰레기를 버려도 괜찮다고 여기던 사람들이 이제는 쓰레기통을 구비하고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담기 시작했다. 쓰레기 수거차량을 놓칠세라 쓰레기가 담긴 종량제 봉투를 들고 뛰어가는 중도매인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실제 쓰레기 배출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9월까지 가락시장에서 배출된 쓰레기 양은 2만6,330t이었던 데 비해 쓰레기 분리배출을 시작한 올해 들어서는 2만346t으로 22.7%나 감소했다. 쓰레기 분리배출이 가져다 준 큰 성과다.

임영규 환경정비팀장은 “종량제는 본인이 배출한 쓰레기 양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통인들 스스로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쓰레기 배출량이 더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2012년까지 농산부산물 쓰레기 배출량을 현재보다 20%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주수 사장은 “우리 국민이 먹는 먹을거리를 취급하는 도매시장인 만큼 다른 어떤 곳보다 환경이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유통인들의 의식도 변하고 있고 쉽지 않을 것 같던 종량제도 무리 없이 도입된 만큼 앞으로 더 깨끗한 시장, 더 믿을 만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출처  농민신문 20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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