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공영도매시장 후적지 정리 쟁점 부상 관리부 2010-05-26 오전 10:26:29 1705 후적지 정리 한다더니 되레 지원?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 후적지(공영도매시장으로 이전하지 않고 남아 유사도매 행위를 하고 있는 곳) 정리 문제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 법정 공영도매시장을 건설했지만 한쪽에서는 비제도권 유사도매시장들이 여전히 성업중이고 최근에는 유사도매시장의 기반을 강화해 주는 조치까지 나오자 공영도매시장 관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영도매시장 후적지 정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 본다. ◆지지부진한 후적지 정리=최근 문제가 불거진 곳은 서울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이다. 강서도매시장은 정부가 서울 서남부권 농산물 유통 활성화와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국비 807억원, 시비 1,060억원, 농안기금 525억원 등 총 2,392억원을 들여 건립, 2004년 2월 개장했다. 당시 정부와 서울시는 강서도매시장 개장에 앞서 서울 영등포시장 상권을 공영도매시장으로 흡수 통합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도 영등포 상권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강서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영등포청과시장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영일시장과 조광시장 중에서 영일시장은 구도심권개발 여파로 도매 기능이 예전에 비해 위축된 상태지만 조광시장은 과일 중심으로 여전히 대량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도매 기능을 하는 점포수만 해도 200~3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도매시장 개장 당시 영등포시장에서 영업하던 상인들 중 상당수가 강서도매시장의 시장도매인 또는 중도매인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남은 상인과 빈 점포를 넘겨받아 새로 진입한 상인들이 가세해 예전 못지 않은 세를 형성하고 있다. 영등포시장과 마찬가지로 경기 구리도매시장의 후적지인 서울 청량리시장도 여전히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시장관리 정책 엇박자=문제는 지난 6년간 후적지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이들 유사도매시장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영일시장은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시행하는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전기 지중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국비 3억원, 시비 1억원, 구비 1억원 등 총 5억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조광시장도 지난 1월 상인회를 구성, 적극적으로 제몫 찾기에 나서고 있다. 조광시장은 올 상반기 중소기업청의 재래시장 공동 마케팅 지원사업에 지원했으나 교육 실적이 없어 탈락된 바 있다.  한쪽에서는 공영도매시장을 건설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도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유사도매시장을 돕는 정책적 모순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양우 서울시 시장지원팀 주무관은 “영일시장은 전통시장으로 분류돼 있고 사업지원 자격 요건이 돼 지원하게 된 것이며 조광시장도 자격이 되면 사업을 지원 받을 수 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창 중소기업청 사무관도 “법령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지자체가 전통시장으로 분류해 사업 지원을 요청하면 사업비를 지원할 수밖에 없다”며 “공영도매시장과의 관계는 소관 사항이 아니어서 검토해 본 바 없다”고 말했다.  도매시장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유창상 농식품부 사무관은 “후적지 정리는 시장개설자 주관사항으로 현재로선 판단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과 공영도매시장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영도매시장 강력 반발=후적지 정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공영도매시장 상인들은 이처럼 모순된 정책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강서도매시장 시장도매인들로 구성된 (사)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의 우영석 부회장은 “영등포시장을 정리한다는 정부 말만 믿고 많은 상인들이 수억원의 권리금을 포기하고 공영도매시장으로 이전했는데 후적지 정리는 고사하고 오히려 이들을 돕고 있으니 말이 되느냐”며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권리금 손해배상 청구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치원 강서공판장 과실부지회장은 “영등포시장 때문에 장사가 제대로 안돼 부도를 내고 시장을 떠난 상인이 셀 수 없이 많고 최근에도 빈 점포가 늘어 열번째로 중도매인 추가 모집을 앞둔 상황”이라며 “영등포시장 문제에 대해 서울시에 진정서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차로 불과 10여분 떨어진 유사도매시장을 두고 공영도매시장 활성화를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구리시장에서는 영등포시장 시설지원 사례가 청량리시장에도 적용되는 게 아닌가 경계하고 있다. 구리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유사도매시장 상인들을 공영도매시장으로 흡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정부가 오히려 유사도매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영등포시장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비슷한 지원 사례가 있는데 이는 명백한 정책적 모순”이라며 “소매시장 개념의 전통시장 범주에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유사도매시장까지 포함시켜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분명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석·이상희 기자 kslee@nongmin.com  출처 : 농민신문 2010/04/19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