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긴급점검 / 참외·수박 산지 동향은.... 관리부 2010-03-24 오전 10:15:32 1746 물량 적고 상품성 낮아 소비 ‘찬바람’ 과채류 시장이 심상찮다. 연초부터 계속된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참외·수박 등 주요 품목의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하고 품위도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비지에서는 초기 수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판로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산지 농가들의 큰 타격이 우려된다. 참외와 수박 산지 동향과 시장 흐름을 긴급 점검해 본다.  ◆주산지 작황부진 심각=연초 잦은 한파에 뒤이어 이상저온 현상이 계속되고 일조량이 부족해 과채류 품목 대부분이 작황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참외 산지 피해가 특히 심하다. 주산지 생산량이 평년 대비 20~30％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산량 감소와 더불어 품위 저하도 심각한 상황이다. 저온과 일조량 부족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생육이 안 돼 전반적으로 과가 작고, 특히 발효과와 물찬과 등 비상품과 발생이 급증했다.  이광식 농협 도매사업단 팀장은 “평년 이맘때 물찬과의 비율이 7~8％ 정도였으나 올해는 2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희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사는 “최근 참외 최대 산지 작황을 조사해 본 결과 발효과와 물찬과 등 상품화가 어려운 비정상과의 발생률이 심한 곳은 4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산지에서는 ‘천재지변’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생산량 감소와 품위 저하로 인한 출하 차질로 주산지 한곳에서만 무려 500억~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수박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들어서만도 강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나 증가했고, 흐린 날이 많아 뿌리 활착이 제대로 안되고 발육이 불량할 뿐만 아니라 수정도 잘 안돼 작황이 극도로 부진한 상황이다.  손문규 경남 함안 대산농협 상무는 “정상적인 상품과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작황이 나빠 농가들은 재해지역 지역과 대출금 및 영농자금 상환 연기 등을 요구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품위저하, 소비에 큰 악재로 작용=생산량이 크게 줄어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시세는 높게 형성되고 있지만 상품성은 기대에 못 미쳐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내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외관은 멀쩡한데 속이 갈변돼 있거나 알코올 냄새가 나는 발효과 참외나 색이 제대로 안든 수박을 반품하려는 소비자가 최근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또 서울 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최근 참외를 판매했다가 전량 반품 받은 일도 있었다. 문제는 이처럼 초출하기에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굳어질 경우 그 여파가 중·후반까지 이어지면서 소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고길석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부장은 “초기에 제대로 맛을 들여야 출하량 증가에 따라 소비도 활발해지는데 지금처럼 품질이 소비자의 기대치를 밑돌면 성출하기에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시세 형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생육 부진에 따라 출하 시기가 전반적으로 지연된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작물을 뽑아내고 재정식을 한 농가도 많아 출하가 특정 시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경우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량이 집중되면 시장에 큰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 유통 전문가들은 예년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을 철저히 하고 비상품과 출하를 자제해 지속적으로 소비를 늘려 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 유통업체 자정노력 시급=올해 참외와 수박의 극심한 작황 부진은 기상 악화에 따른 것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매년 유통업체들이 초출하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농가들에게 재배 시기를 계속 앞당기도록 부추겨 무조건 ‘조기재배=고수익’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줬고 이런 분위기가 확산돼 결국 저온과 일조량 부족 등 기상 악화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내 한 대형 마트 바이어는 “올해 기상 여건이 특히 안 좋은 상황에서 〈금싸라기〉 참외 출하가 지난해보다 한달 정도 앞당겨진 것은 유통업체간 초출하 물량을 잡기 위한 경쟁이 얼마나 격화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며 “업체간 과도한 경쟁이 계속되는 한 올해 같은 문제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문제가 계속되면 산지 농가들 뿐만 아니라 해당 품목의 전반적인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유통업체도 손실을 입게 되는 만큼 업계 내부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석·이상희 기자 kslee@nongmin.com 출처 : 농민신문 2010/03/22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