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집중분석 / 설 대목장 결산 관리부 2009-02-02 오전 11:11:49 1649 경기불황 여파 저가상품 판매 두드러져  ‘그래도 명절인데, 혹시나…’ 하며 기대했던 설 대목장이 ‘역시나’로 끝이 났다. 대목기간 내내 도매시장과 유통업체 모두 판매부진에 시달렸고, 농산물값도 좀처럼 바닥을 헤어나지 못했다. 2009년 설 대목장은 국내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한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 법인·중도매인 모두 매출감소 〓 당초 예상대로 도매시장 매출실적은 좋지 않았다. 대목장 반입량이 지난해 설에 비해 소폭 감소한데다 명절 매출비중이 높은 과일시세도 지난해만 못했기 때문이다.   도매법인들은 대부분 지난해 대비 매출역조를 기록했다. 가락시장의 한 청과법인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20％ 가까이 감소하기도 했다.  중도매인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선물세트용 과일 발주량이 많게는 절반까지 감소, 계획물량 자체를 줄인데다 판매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에 매출이 줄 수밖에 없었다.  가락시장의 한 과일 중도매인은 “준비한 물량을 대부분 팔았는데도 불구하고 매출은 지난해에 못 미친다”면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시장 내 중도매인들 모두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 채소가 대목장 주도 〓 명절에는 과일이 시장매출을 주도하던 예년과 달리 올 설에는 채소가 대목장을 주도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과일이 시세하락과 소비부진으로 역조를 기록하는 사이 채소는 제수용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매출이 크게 오른 것. 실제로 표고버섯·애호박 등 일부 채소류는 설 연휴를 며칠 앞두고 가격이 1월 초에 비해 50％ 안팎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가락시장에서는 채소매출이 과일매출을 능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연휴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추워진 날씨로 채소류 생산량이 급감한데다 과일과 달리 채소는 제수용품이기 때문에 가격과 상관없이 소비량이 유지된 결과다. ◆ 도매시장 대목장, 명절 직전으로 이동 뚜렷 〓 도매시장의 대목장은 연휴 1주일 전에 시작해 연휴 2~3일 전에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대목장 기간이 연휴 직전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뚜렷하다. 가락시장의 경우 이번 설 대목장 기간에 연휴 3일 전까지 과일재고가 경매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거래가 미미했지만 연휴를 불과 이틀 앞두고 판매가 활발해지기 시작해 명절 직전에 재고의 대부분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도매시장 거래처가 대형 유통업체 중심에서 일반 소매상과 재래시장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농가들도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대목장 기간 내내 꾸준히 출하하는 등 출하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 마트, 설 판매 부진 = 경기불황 여파로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설 대목 특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 3사의 올해 설 매출액(15일간)이 지난해 설과 비교해 마이너스 1％의 역조 또는 1％ 신장으로 제자리걸음 수준에 그쳤다.   특히 사과·배 등 농산물 선물세트는 업체 및 지역에 따라 적게는 4％에서 많게는 25％까지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량구매가 많은 기업들이 선물세트를 구입하지 않거나 금액을 줄인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풀이된다. ㈜농협유통도 홍삼·버섯·꿀 등 건강을 위한 선물세트는 증가했지만 과일매출이 부진하면서 지난해 설과 비교해 2％ 성장에 그쳤다. ◆ 인터넷쇼핑몰·백화점은 선전 =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터넷쇼핑몰은 이번 설에 높은 성장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G마켓은 한과류와 꿀 등의 판매호조로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보다 40.6％ 증가했고 옥션도 사과세트 등 과일판매가 늘어, 전체 매출이 60％가량 증가했다. 인터파크의 경우 주문건수가 20％ 이상 증가, 전체 매출이 15％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백화점도 갈비세트와 굴비 등 전통적인 인기제품의 경우 매출이 다소 부진했지만 건강세트 등을 중심으로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보다 8.4％ 늘었고 현대백화점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저가상품 위주로 판매 = 예상대로 올 설에는 저가형 상품에 소비가 집중됐다. 홈플러스가 선보인 9,900원짜리 〈신고배〉(7.5㎏)세트 3만개가 나흘 만에 판매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마트의 2.5㎏ 사과세트, 롯데마트의 2㎏ 사과세트처럼 포장 단위를 줄여 가격을 낮춘 상품도 판매가 수월했다. 또 8만~9만원대의 인삼 대신 3만원 안팎의 더덕이 잘 팔렸고, 국산 표고버섯 대신 가격이 절반 수준인 북한산 표고버섯의 판매가 늘어난 것도 올해 설 대목장의 특징이다. ◆ 경기침체로 친환경농산물도 고전 = 매년 성장을 거듭해온 친환경농산물도 경기불황에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농협유통에 따르면 친환경농산물은 지난해 설과 비교해 전체 매출액이 5％가량 감소했다. 특히 채소류는 소폭 증가했지만 친환경과일의 감소폭이 7~8％로 두드러져 전체 매출을 끌어내렸다. 롯데마트에서도 친환경과일은 10％ 정도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농민신문(2009/01/30)이상희·한재희 기자 montes@nongmin.com>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