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과잉생산·경기침체 겹쳐 판로 ‘꽁꽁’ 관리부 2009-01-05 오전 7:57:02 1579 2008 유통 결산 (하) / 안전성 논란 여파 친환경 농산물 약진 올해는 농가들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데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많이 겪은 한해였다. 거의 모든 품목에서 생산량이 크게 늘었지만, 경기침체로 소비는 둔화되면서 이른바 ‘풍년재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팔려는 물건이 넘치다보니 유통시장에서 생산자들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고, 상대적으로 구매자인 대형 유통업체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됐다. 그나마 농가 입장에선 농협이 앞장서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것이 위안거리였다. 한편 잇따른 먹을거리 파동으로 안전성에 대한 욕구가 한층 높아지면서 친환경농산물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반대로 수입 농산물은 환율 상승의 여파로 기세가 한풀 꺾이기도 했다. ◆ 상반기 고물가, 하반기 경제위기로 소비침체=연초부터 국제 유가와 원자재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국내 물가가 동반 상승, 소비시장이 얼어붙었다.  특히 일부 경제부처와 언론 등이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농산물가격을 거론하면서, 농업계가 반발하기도 했다. 하반기 들어선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로 옮겨지면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설상가상으로 농산물 생산은 유례없는 풍년을 기록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 가격폭락의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들은 저가상품과 자체브랜드(PB) 상품의 판매확대에만 열을 올렸고, 농가들은 추석 대목장에서도 제대로 된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등 농산물 판매에 애로를 겪었다. ◆ 대형 유통업체 영향력 지속 확대=농산물 유통에 있어서 대형 마트로 대표되는 대형 유통업체의 영향력 확대가 더욱 가속화됐다. 생산과잉 속에 영세한 산지의 규모화·조직화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시장교섭력의 대형 유통업체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또 올해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로 대형 마트 업계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3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집중화가 심화됐다. 나아가 이들 3사는 올해 국내에서만 30여개의 점포를 새로 오픈하는 등 불황 속에서도 몸집 불리기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여나갔다. 그 결과 농산물 산지는 대형 유통업체의 할인행사·저가납품 등 부당한 요구에 끌려다니며, 팔고도 손해보는 상황이 적지 않았다. ◆ 근거리, 소용량 판매 유통업태 성장=불황 속에서도 소비자의 접근성이 좋고 판매 단위가 적은 유통업체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이 대표적인 업태. 슈퍼마켓은 각종 통계에서 올해 6~8％의 매출액 성장이 점쳐지고 있는데, 고유가로 자가운전이 줄어든데다 대형 마트보다 충동구매가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적은 금액의 소량 판매 위주인 편의점도 올해 채소와 과일 등으로 취급품목을 크게 늘린 가운데, 10％ 안팎의 매출 성장을 나타냈다.  또 다른 유통업체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인터넷쇼핑몰도 올해 15％대의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특히 인터넷쇼핑몰별로 쌀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50~80％가량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 안전성 대한 소비자 욕구 증가=멜라민 파동, 미국산 쇠고기 파동, 식품 이물 혼입 등 먹을거리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은 한해였다. 소비자들의 안전성에 대한 욕구가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친환경농산물의 매출확대 등으로 연결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가인 친환경제품의 판매가 늘면서, 저가상품 매출증가와 함께 불경기 속 소비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유통업체들도 소비자 신뢰확보에 주력하면서 대형 마트 등에서는 농가의 사진과 연락처를 공개하는 소위 농산물 ‘생산자실명제’가 확대되기도 했다. 한편 수입 농산물의 판매는 환율상승의 여파 등으로 채소와 과일 모두에서 일년 내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 농협, 농산물 팔아주기 앞장서=과잉생산, 소비침체에 따른 가격폭락으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농협의 농산물 팔아주기가 활발히 펼쳐진 한해였다.  추석을 전후로 해선 사과·배 등 과일류, 김장철엔 배추와 무를 비롯한 채소류 등 시기와 품목을 바꿔가며 대대적인 농산물 소비촉진 운동이 전개됐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시장교섭력이 떨어지는 산지를 대신해 농협이 대형 유통업체를 상대로 펼치고 있는 농산물 판매사업도 올해 큰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635억원에 불과했던 농산물 판매사업은 올해 2배에 달하는 실적을 올리면서 산지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농민신문(2008/12/29) 한재희 기자>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