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원산지표시 교묘한 편법 동원 관리부 2008-02-18 오전 7:27:42 1356 현장속으로-“표시할 필요있나” … 위반사례 여전 “어제까지 잘 붙여놨는데 오늘 바빠 깜빡했습니다. 한번만 봐주세요.” 14일 오후 대규모 재래시장인 서울 경동시장. 정월 대보름(21일)을 일주일 앞두고 밤·대추·곶감·호두·땅콩 등을 가득 쌓아놓고 손님 맞기에 분주한 가게에 원산지 특별단속반원들이 닥쳤다. 진열대에 놓인 곶감의 원산지를 묻자, 주인은 중국산이라고 순순이 시인하며 선처를 부탁한다. 그 사이 통로 맞은편에 위치한 나물가게에서는 나물 속에 처박아 둔 원산지표시 표찰을 꺼내 놓기 바쁘다. 단속반원이 “잘 보이게 놓지 왜 그렇게 숨겨 놓느냐”고 다그치자, “물건을 파는 사이 안으로 들어간 것 같다”며 변명한다. 원산지표시는 외형적으로는 비교적 정착되고 있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틈을 이용해 원산지표시를 교묘하게 위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장 흔한 사례가 원산지표시 표찰 아랫부분에 적힌 원산지를 잘 안보이게 물건으로 가려 놓는 것이다. 고사리·도라지 등의 나물류는 원산지 표찰을 원통형 투명 비닐 사이에 끼워 놓고 단속반이 올 때만 꺼내 놓는 식이다.  또 수입국에서 들여온 본제품의 상자 위에 물건을 올려 놓고, 그 위에 ‘자연산 더덕’이라고 크게 써 붙여 국내산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도 동원되고 있었다. 이 경우 제품에 별도의 원산지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견과류를 파는 한 상인은 “손님들이 물건을 보고 중국산인지 국내산인지 대충 알지만, 그래도 중국산이라고 크게 써 놓으면 아예 접근조차 안해 매출에 지장이 많다”고 말했다. 손님을 끌기 위해서는 국내산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물을 파는 또 다른 상인은 원산지표시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손님들이 중국산인지 다 알고 구입하는데, 손님 떨어지게 굳이 표시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시장에서 국내산 고사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있어도 중국산과 섞어 파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단속반원들은 단순 실수로 원산지표시를 하지 않은 곳에 주의를 주고는 인근 건물 지하에 있는 대형마트로 이동했다. 이곳은 재래시장보다 물건 진열이 깨끗하고, 원산지표시도 잘 돼 있었지만 경험 많은 단속반원들의 눈을 피하지는 못했다. 국내산 농산물을 파는 진열대에 고사리 한품목만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고 판매하다 적발된 것이다.  또 중국산 두릅 대목을 들여와 국내에서 재배한 것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하다 적발됐다. 이는 재배지는 국내산, 원산지는 중국산으로 표기해야 한다. 원산지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징역 등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허위표시’에 해당한다. 하지만 관련 규정을 잘 몰라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주의조치를 하는 선에서 그치고, 고사리의 원산지 미표시 부분에 대해서만 과태료 5만원을 부과했다. 심기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서울출장소 원산지팀장은 “농산물 원산지표시제가 계도와 홍보를 많이 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각종 편법을 동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면서 “원산지 부정유통이 의심될 경우 전국 어디서나 국번 없이 ☎1588-8112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농민신문(2008.02.18)  박창희 기자 chp@nongmin.com>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