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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시대, 농업이 중심이다 <8>농산물 유통을 개혁하자

정부는 지난 5월 27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최종 확정하고 발표했다. 농산물 유통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향으로 △도매시장 효율화와 다양한 신유통 육성 등 유통경로간 경쟁촉진을 통한 유통구조의 효율성 제고 △농업관측·비축·계약재배 확대 등 수급관리 강화를 통한 가격 변동성 완화 △생산자는 제값으로 팔고 소비자는 더 싸게 사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유통생태계 조성 등을 제시했다. 이에 정부는 도매시장에서부터 소비지와 산지, 수급 등 각 단계에 따라 주요 개선 대책으로 내놨다.

정부는 농산물을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에서 도매시장에서부터 소비지와 산지, 수급 등 각 단계별로 도매시장의 운영방식 전환, 유통주체간 경쟁촉진, 맞춤형 직거래 활성화, 농산물 수급조절 매뉴얼 마련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

▲도매시장 거래규제 완화=정부는 농산물 유통량의 50%가 경유하는 도매시장의 운영을 효율화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우선 도매시장의 거래방식을 기존의 경매중심에서 정가·수의매매로 확대하기로 했다. 2012년 기준 8.9%인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2016년까지 20%로 늘려 가격변동성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정가·수의매매에 참여한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에게 700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물류기기 이용료도 우대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정가·수의매매 물량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토록 산지와 도매시장간 예약거래 및 출하정보 제공시스템도 구축한다.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유통주체간 경쟁을 촉진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도매시장법인에 대해서는 정가·수의매매 물량에 한해 직접 농산물을 구매·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농산물의 가공·저장·물류 등 겸영사업도 가능토록 하는 등 대형유통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중도매인의 경우 중도매인간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해 소매점이 도매시장에서 one-stop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물류 효율화를 위해 품목별로 파렛트 규모 최소 출하단위를 설정한다는 것도 정부의 계획이다. 가락시장·강서시장·구리시장 등 거점 도매시장을 대상으로 파렛트 출하율이 높은 수박, 배 등 주요 과일과 채소에 우선적으로 도입한다.

전국의 33개 공영도매시장을 입지와 유통환경에 맞게 구분하고 지방도매시장의 기능을 유형별로 개정비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도매시장을 거점형·산지형·소비지형·위성형으로 나누고 거점형은 물류 기능을 강화해 유통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산지형은 지역특산물을 중심으로 집하 선별기능을 강화하며 소비지형은 소매점을 대상으로 품목다양성을 제고한다. 또 위성형은 중앙도매시장으로 배송된 농산물의 일부를 안정적으로 수집한다.

시장도매인 및 상장예외 거래 등 거래 안전성이 낮은 비상장거래에 대해 농산물 거래대금 정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인형태의 대금정산조직 설립도 진행된다.

▲산지·소비지 직거래 활성화=정부는 직거래·생산자단체의 유통비중을 2016년 기준 30%까지 확대해 유통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정부는 소비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으로 직거래 확대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정부지원 직매장을 2016년까지 100개소를 신규 설치하고 올해 내에 10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과천 경마공원 바로마켓 수준의 대규모 직거래 장터를 2016년까지 10개소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직거래 활성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내년에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법률안’을 제정해 직거래 활성화 기본계획 수립, 직거래 지원근거 마련, 직거래장터 및 직매장 인증제 도입 등을 법안에 담을 계획이다.

산지에서는 권역별 도매물류 센터 등 생산자단체를 통한 계열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6월에 준공된 안성을 비롯해 밀양(2014년)과 장성·강원·제주(2015년) 등 5개 권역에 도매물류센터를 설립하고 도매물류센터에 전속으로 농산물을 출하할 산지공동출하조직도 2016년까지 2150개소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수급난 대비 강화=정확한 관측정보를 바탕으로 한 수급안정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관측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농업관측정보 조사·분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올해 추경에서 80억을 농업관측사업 예산으로 확보해했고 이 중 20억원 이상은 배추·무·고추·양파 등 5대 민감품목에 지원한다.

특히 국내산 비축확대를 통해 단기수급불안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산 비축을 시행중인 고추·마늘·배추에 양파와 무를 추가해 국내산 비축을 확대한다. 가격폭락시 계약재배 농가에 대한 최저가격을 보장하고 최저보장가격 설정 이후의 여건변화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현실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산지유통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정부수급안정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무·배추 산지유통인을 협동조합 또는 법인으로 전환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위기상황에 따른 대응요령과 절차를 정하는 농산물 수급조절매뉴얼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가격등락 수준에 따라 ‘안정대’와 ‘주의’·‘경계’·‘심각’ 등 위기단계를 설정, 위기단계에서는 각 단계별로 추진할 정책을 사전에 예시해 대응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를 운영하며 가격급등락 등 현안사항이 발생했을 경우 위원회를 통해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향후 추진계획

정부는 농산물 유통구조개선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세부과제를 수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8월에 표준지침을 마련하는 것을 시작으로 정가·수의매매 확대에 나선다. 내년 9월까지 예약거래 및 출하정보 제공시스템을 구축하고 올해부터 2016년까지 저금리 정책자금 우대 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는 중도매인간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의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올해 11월에 국회에 제출하고 같은 달에 농안법 하위법령을 개정해 도매시장법인의 매수집하허용 및 겸영범위 확대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대금정산조직 설립은 올해 12월에 추진된다.

물류개선 방안으로 진행되는 파렛트 단위의 ‘최소 시장출하단위’에 대해서는 올해 도입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4년에 시범사업, 2015년과 2016년에 과일과 채소를 각각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직거래 활성화 법률안은 내년 초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수급관리 체계화 방안의 경우 2014년 12월까지 작물별 단수예측 모형을 개발하고 올해부터 산지유통인의 협동조합 또는 법인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한편, 2014년까지 무·고추·마늘 수급조절 매뉴얼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추가해야 할 대책은

농산물 유통의 근본 문제인 국내 생산기반의 육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농가들의 안정적인 소득보장 등은 이번 대책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아 이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대책이 적극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수급난이 심화된 주요인은 농산물 수입개방에 따른 국내 생산기반이 허물어지면서 심화되고 있고, 특히 최근 기상이변에 따른 생산 불안정이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최근 농산물 유통에서 문제를 야기한 품목은 배추, 당근, 양파, 마늘, 고추 등의 특수품목으로 수입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는 “생산자들이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해 출하할 수 있는 생산기반 육성과 선물거래 등의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이 주도하는 생산자단체의 유통계열화에 대한 심층적이고 현실적인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협의 산지 조직화는 이미 산지 조직간에 충돌이 발생하며 산지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더구나 거점별 물류센터 건립과 소비지 판매장 확충 등 막대한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산지출하자와 소비자에게 과연 얼마만큼의 혜택을 줄지 미지수다. 자칫 농협의 몸집만 키우고 생산자-산지조직-지역농협-지역마케팅조직-물류센터, 공판장-소비지소매 등 유통단계를 오히려 더 복잡하게 늘려놓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농협의 산지조직화는 기존 조직을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채소와 과일, 과채에 따라 조직화에 대한 전략을 각각의 특징에 맞는 맞춤형으로 진행하고 산지조직화로 출하되는 물량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세밀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소비지에 대한 후속 대책도 절실하다. 농협의 소매판매와 직거래 판매장 등이 있지만 일반 소매에 대한 대책은 없다. 농산물 유통비용에서 소매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소매단계의 유통비용은 절감하면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가는 수혜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끝>.